영업사원이 사라진다는데... 정말일까

'영업사원들이 사라지고 있다.' 고 한다. 



[1편] 다국적사는 이미 5G... 다르게 적응해가는 국내제약

[2편] 변화된 환경에 밀려난 MR, 그들은 어디에



내용을 정리하면 이렇다.

[영업사원들이 설 곳이 사라지고 있다]
쌍벌제, 김영란법 등으로 인해 영업사원을 만나려 하지 않는다.

[대안은 무엇인가] 
다국적제약사 및 국내 대형 제약사는 온라인 마케팅을 강화하는 중이다.
(화상 디테일, 온라인 심포지엄 등)
국내 제약사들은 온라인몰, CSO를 통한 영업 외주화를 시도하고 있다.

[향후 전망은]
앞으로 우리나라도 디지털 마케팅 비중이 지속적으로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우리나라 1%, 일본은 40%)

[구조조정 1순위는 영업사원]

2010년부터 다국적사들이 조직을 슬림화 하기 시작했다.
국내 제약사도 인력조정이라는 카드를 꺼내들었다.
효율적인 영업조직 구축을 위해 CSO를 활용하기 시작했다. 

[2015년 제약산업 분석 보고서]

영업직 인력비중은 2006년 34.6%에서 2014년 28.4%로 6.2%p 감소했다.

[전문가 견해]

영업사원 감소는 불가피하다. 기존 영업역할이 CSO로 많이 갈 것이다
기존 리베이트 영업의 한계로 품질경쟁력과 올바른 정보를 위한 전략이 지속될 것이다. 신제품은 CSO에 맡길 수 없고 전문적 MR의 정보전달자 역할이 중요하다.


그런데 정말일까?

[실제 영업사원들이 줄어들고 있는가?]

그렇지 않다. 아직까지는!


기사에서 인용한 2015년 제약산업 분석 보고서 를 보자.



영업직 인력비중은 2006년 34.6%에서 2014년 28.4%로 6.2%p 감소했는데 
실제 영업사원 수는 2006년 24,490명에서 2014년 25,496명으로 약 1,000명 정도 증가했다. 
그러므로 영업사원 수가 줄어들고 있는 게 아니라 일정하게 유지되고 있는 동안
사무직, 연구직, 생산직이 늘어났다는 것을 의미한다.

[기존 영업역할이 CSO로 많이 갈 것인가?]


모르겠다. 아직까지는!


기사에서 인용한 전문가 견해를 들여다 보자.

"영업사원 감소는 불가피하다. 기존 영업역할이 CSO로 많이 갈 것이다
기존 리베이트 영업의 한계로 품질경쟁력과 올바른 정보를 위한 전략이 지속될 것이다. 
신제품은 CSO에 맡길 수 없고 전문적 MR의 정보전달자 역할이 중요하다."

신제품은 CSO에 맡길 수 없으며 전문적 MR이 필요하다는 것은 CSO가 필요한 영역이 특허가 만료된 복제약 시장이라는 것을 말한다.


CSO(Contract Sales Organization)는 무엇일까? 바로 제약사를 대신해 영업 및 마케팅을 담당하는 영업대행(판매대행)을 말한다. 그런데 최근 CSO 관련 기사를 살펴 보자.

영업대행 CSO를 아십니까



제약시장 물 흐리는 'CSO'


우리나라에서는 CSO가 리베이트를 우회적으로 제공할 때 사용되는 경우가 많다.

그러므로 김영란법까지 시행되는 요즈음 CSO는 오히려 다소 위축될 수 있다는 위험성이 있다. 
게다가 현재까지 번드르르하게 성장한 CSO가 유디스 및 MS&C 말고는 거의 없다는 것 또한 우리나라의 의약업계에서 CSO가 자리잡기가 쉽지는 않은 상황을 보여 준다.

그러므로 기존 영업역할이 CSO로 가려면 전문성을 강화하거나 리베이트 등의 편법이 아닌 다른 종류의 경쟁력을 가져야 한다는 것을 의미하는데... 아직 그 성공 여부는 미지수이다.


[그래도 다국적 기업들이 엄청나게 다운사이징하고 있지 않나?]


맞는데, 그게 영업사원의 입지 축소 때문인지 다른 이유인지 생각해 봐야 한다.


나의 첫 직장 생활은 99년 6월 화이자 (Pfizer) 에서 시작되었다. 당시 핫한 이슈메이커였던 '비아그라' 스페셜리스트로서 21명의 동기들과 함께.

99년 화이자의 목표는 800억원이었다. 제약업계 순위는 전체 순위로는 10위권 밖이었던 것 같다. 그 대신 다국적 제약회사 중에서는 얀센, MSD와 함께 상위 3위권 안에 들어갔다.
화이자가 갑자기 폭발적으로 성장한 것은 2000년 7월부터 실시한 의약분업 시기와 맞물린다. 그 전까지는 병원에서 약을 구매하고 판매할 수 있었는데 의약분업 이후로는 약국에서만 구매가 가능해진 것이다. 그러다 보니 종합병원 위주로 오리지널 약물의 처방이 늘어나기 시작했고, 최대 수혜자가 화이자의 '노바스크'였다. (화이자가 비아그라 때문에 유명해지긴 했지만 성장동력은 사실상 노바스크라고 볼 수 있다.)
그리고 그 시점 전후로 쏟아져 나온 블록버스터들이 있었다. 쎄레브렉스, 뉴론틴, 카두라 엑셀, 졸로푸트 등 많은 블록버스터들이 시장에 출현했다. 이는 다른 다국적 제약회사도 마찬가지였고, 이로 인해 2002년 이후로는 전체 제약업계 상위권을 화이자, GSK, MSD 등이 독식하는 상황까지 벌어졌다. 
나의 두번째 직장은 GSK였다. 당시 GSK를 이끌던 김진호 회장은 1997년 GSK 한국법인 대표로 부임한 이래 18년 동안 회사를 15배 이상 성장시킨 전설적인 존재이다. 그리고 그와 더불어 실질적으로 영업마케팅을 총괄지휘하며 성장을 견인하신 분이 이춘엽 부사장 (현 Appknot 회장, 팜뉴스 CEO)이었다.
순혈주의 (신입사원 위주로 채용)를 고수하던 화이자와 달리 당시 GSK는 독특한 인재채용 프로세스를 보여 줬다. 검증받은 경력직 위주의 선발법이었다. 굉장히 재미있는 건 어떤 지역 GSK MR이 정말 열심히 하는데도 불구하고 목표달성을 못하고 빌빌거리는 경우에 아주 가끔씩 그 MR의 강력한 경쟁자였던 타사 담당자가 GSK에 입사했다... (당시 GSK 연봉이 제약업계 1-2위였기 때문이라고 조심스럽게 생각한다.)
그리고 그러한 방식은 화이자를 제외한 대부분의 다국적 기업들의 MR 채용 트렌드가 되었다. 그게 2000년대 초반 이야기이다. 

왜 이렇게 내 이야기를 장황하게 했을까?

다국적 기업들이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이에 따른 인원 충원을 시작한 시기가 바로 의약분업 직후인 2000년대 초반이라는 얘기다. 그리고 당시 신입사원만이 아닌 경력사원 채용이 많았다는 것이고. 그 때 입사한 다국적 기업의 영업사원들은 지금 40대 중후반~50대 초반이다. 묘하게도 일반 기업이 명예퇴직을 종용하는 나이대인 것이다.

다시 말하면, 지금 다국적 제약회사들의 다운사이징은 2000년대 초반 갑작스러운 성장을 견인했지만 지금은 너무 몸값이 무거워진 고참직원들의 명퇴 시기와 맞물려 있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이 내용들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여서 '아! 앞으로는 제약 영업 MR이 많이 없어지겠구나. 나는 어쩌지?' 이런 걱정을 하는 것보다는 다른 방향의 고민이 필요하다. 

그 고민은 다음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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