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전 일기 2022-01-30

 


♡개구리의 엽서  1222

오랜만에 딸아이와 오목을 두었습니다.
세 판을 두기로 했습니다.
그 사이 딸아이 기풍이 수비로 완전히 바뀌었더군요.

공격할 생각은 조금도 하지 않고 막기만 하더군요.
그 전략은 성공적이었습니다.
딸아이가 막기 위해 놓은 돌들이 절로 승부수로 연결됐고 저는 그만 첫 판을 지고 말았습니다.

그 다음 판에는 저도 마음을 비우고 수비만 했습니다.
그렇게 둘다 막기만 하다 보니 바둑판이 다 차가도록 승부가 나지 않았습니다.
결국은 둘째 판도 제가 지고 말았는데 까닭은 이것 하나입니다.

저는 수비만 하는게 지루해 공격을 하기 시작했고 딸아이는 끝까지 수비만 했다는 것
그것 하나입니다.
첫 판과 같았습니다.
막기만 한 돌이 이기는 돌이 됐습니다.

오늘 아침까지는 제가 승률이 더 놓았습니다.
하지만 앞으로는 딸아이를 이길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저는 성질이 급하기 때문입니다.
성질이 급한 사람은 느긋한 사람을 이길 수 없습니다.

온갖 책을 읽고 도사를 만나고 명상을 한다고 했지만 성질이 느긋해지지 않네요.
그럼 그 긴 나날에서 얻은게 무엇일까요.

그것은 성질이 급하다는 걸 안 것.
그것 하나뿐입니다.

2022.  1. 30


※ 참 아름다운 풍경입니다.
부녀가 바득판 앞에서 오목을 두는 모습
생각하니 입가에 미소가 절로 집니다.

청전이 양가태극권을 수련하면서 터득한 것이
두서너개 되는데
그 중 하나가 이기려는 마음을 접고 지는 연습을 하는 것이 참 어려웠습니다.
힘을 빼고 천천히 느리게 둥글게
움직이는 것에 적응하는데 참 많은 나날이 걸렸지요.

벽이 되지 않고
흘려 보내고 또 흘리는
수련을 하는 게 양가태극권의 매력입니다.

오는 사람 막지 않고
가는 사람 붙잡지 않는
선가의 가풍이 온 몸으로
알게 된 지금이군요.

오늘 일요일 해날 하루
남은 시간도
편안하시기를.


댓글

이 블로그의 인기 게시물

영감의 서 [3] 사랑하는 법을 배우기 (1/3)

스타벅스 1위의 비결은 로열티! Why?